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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일본학회 하계 학술대회 축사
  • 등록일
    2023-09-2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462
  • 현대일본학회 하계 학술대회 축사

     

    기자로 일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기록된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숱하게 존재하는 것을 전부 기록할 수는 없으니 기록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택의 과정이 필요하고, 선택을 통해 기록된 것이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꽤나 시간이 흘러가야만 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여러분은 전환기를 맞은 한일관계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를 놓고, 시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고민하고 있고, 그에 대한 평가 또한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받기를 바라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수관 가문은 임진왜란 때인 1598년 남원에서 끌려와 400년 넘게 규슈 가고시마에서 사쓰마야키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만날 15대 심수관은 어느 인터뷰에서 18세기의 일본 난학자(蘭學者) 미우라 바이엔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바이엔은 바로 옆 지역인 오이타현 출신으로퀄리티(Quality)’()’,‘퀀티티(Quantity)’()’으로 번역해질량물질이라는 단어를 만든, 꽤 유명한 자연철학자입니다. 바이엔은 바다에 물 한 국자를 부어놓고 바닷물이 늘었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중요한 것은 바다에 물 한 국자를 보탰다는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15대 심수관은 이 말에 빗대 한일 양쪽 모두와 깊은 인연을 가진 본인이 두 나라의 우호를 위해 작지만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금 규슈의 후쿠오카에 와 있습니다. 규슈 사람들은 규슈가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잇는 창구이자 현관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래 그런지 이곳 사람들은 다른 곳보다 한국에 대해 훨씬 우호적입니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을 규슈에서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이 꼭 빛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출병한 규슈 앞 저 바다는 여몽연합군이 일본을 침공할 때도 이용했으며, 조선의 골칫거리인 왜구의 주요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 바다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오는 문화의 전파로이자, 조선통신사가 이용한 뱃길이기도 했고, 한일우호의 아이콘인 백제 무령왕이 태어났다는 섬도 품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여러분은 한일 간에 드리운 그늘을 인정하면서도 그 그늘이 빛을 가리는 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온 분들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한일 간의 빛과 그늘이 교직하는 규슈에서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은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이 한일문제의 최고 전문가 집단인 현대일본학회를 후원하는 것은 보람 있는 일입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여러분의 지식과 애정이 한반도와 규슈 사이를 흐르는, ()의 대명사 저 현해탄의 파고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는 기회가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819일 일본 후쿠오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심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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